posted by Dr.Arale 2020. 5. 29. 19:07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끝났다. 마지막회는 정말 펑펑울어서 정신이 얼얼할 정도. 

삶이 이어지고, 거기서 또 잇기 위해 애쓰는 의사들의 치열함이 그렇게 펑펑울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제일 맘에 드는 "의사"캐릭터는 준완. 사실 그는 인간으로서는 그렇게 매력있는 인물은 아니다. 하지만 만약 내 가족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난 준완에게 수술을 맡기고 싶다. 

이번편에서는 coactation of aorta로 이미 병원에서 스텐트 시술을 두차례나 받은 후였고 아마도 선천성이었을 이 컨디션으로 병원 생활을 많이 한분 인 것 같다. 그런데 그 스텐트 시술한 자리에 감염이 발생했고, 빠르게 심장 주변으로 염증이 퍼지면서 폐혈성 쇼크가 진행중인 상태였다.  

전신으로 혈액이 나가는 대동맥의 일 부분이 좁아진 것을 coarctation이라고 한다. 높은 압력의 많은 혈류가 지난는 곳에 흐름이 방해되어 많은 문제를 발생시킨다. 

이 날은 사실 사랑하는 익순이가 저 멀리 영국으로 유학을 가는 날이었다.

(2019년 12월에 유학을 가다니... 곧 돌아오겠군요. 제 동생도 4월에 학교 폐쇄해서 귀국했답니다.ㅠㅠㅠ) 

감염된 부위를 대체하여도 이미 주변에 손상이많이되어 지혈이 되지 않고, 가슴을 연채로 수술방에서 나온다. 안타깝게 지켜보는 와중에도 그는 여친 생각은 까맣게 잊고 있다. 이미 그는 12시간이상의 수술을 한 뒤였다. 

익준에게 환자가 그 사람 한명만 있는 것도 아닐텐데, 그는 12시간 이상 그 사람만 보고있다. 물론 퇴근도 잊었다. 문득, 의사가 의료법을 지키기위해 수술방에서 퇴근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만약, 그를 대체할만한 인력이 충분히 있다면, 그는 시간에 맞춰 퇴근을 할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것은 그와 동일한 의견과 경력을 가진 의사가 있을때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다른 회차에서도 느꼈던 것인데, 보호자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할때의 준완은 매우 겸손하다. 친절함이 환자를 살리는건 아니지만, 믿음을 줄수 있는 의사는 약 없이도 치료할 수 있다. 

수술방을 나와서도 치프와 익준은 방을 떠나지 못한다.  FFP(신선동결혈장)과 packed RBC를 맞고 있는데도 그의 가슴에서 나오는 피는 그칠줄 모른다. 치프가 등쪽이아니라 가슴으로 열어서 출혈부위를 고립시켜보자고 한다. 사실, 난 무슨말인지 모르지만, 그들은 다시 수술장에 들어간다. 그러니까 꼬박 하루를 환자에게 바치는 것이다. 

그들이 그렇게 한 환자에게 매달리는 동안 발생하는 루틴은 누가 해주는게 아니다. 결국 그들이 지친몸을 이끌고 다시 해야하는 것이다.  

나도 어떤 날은 진료비나, 상담비를 청구하지 않을때가 있다. 그건 내가 하찮은 일을 해서가 아니다. 그냥 내 노력을 어떻게 가격으로 매기기 어려워서다. 만약 준완의 그 노력과 노고를 돈으로 매긴다면 심평원은 감당할 수 있을까? 

허준의 넓은 아량과 자비심에 기대는 의료인의 높은 도덕률을 기준으로 삼는 우리나라의 평균적인 인식에 기대어 볼때, 어쩌면 평균 대기업사람들보다 높은 수준의 월급을 받는 의사들이 부도덕해보일수도 있다. 그러나 난 그 급여마저도 높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어떤 경우에는 내가 한 서비스에 대해 가격을 차마 줄 수 없어서 그냥 무료로 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건 어쩌면 의사로서의 자존심같은거다. 미국 의사는 내가 해본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여기만 해도 국제병원을 가면 칼같이 모든 것을 다 받는다. 내가 나라로부터 받는 돈이 그래도 어느정도 있으니까, 당신한테 이정도는 그냥 해드려도 된다 고 생각하고 해주는 것도 많은 것이다. 이걸 설명하기 어렵네...;; 이런 마음이 모여서 코로나 19에 대구로 의사들이 모여들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생업이 있으니 공짜로는 해줄수 없다. 그러나 위험을 무릎쓰고 내가 가는 것은 그래도 내가 의사니까, 그래서 가는거다. 그런 생각에는 가격을 메길수 없다. 

정원이 3일 밤낮을 중환자실에서 지킨다고 누가 당직비를 더 주는 것도 아니고, 보호자가 병원비를 더 내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그렇게 한다. 의사니까. 

이런 마음을 이해해주는 드라마를 만나서 기뻤다. 물론 현실에선 다행히 살아서 퇴원하는 분들보다, 먼저 운명을 달리하시는 분들이 더 많은과가 흉부외과다. 우리가 여기에서 지적해야할건 준환과 재학처럼 어떤 방법을 써서든 살리는 사람을 만났어야했다고 통탄할게 아니라, 그런 열정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묻어있고, 그 열정과 눈물이 만든곳이 병원이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다행히,훌륭한 선생님들께서 현장 감수를 해주셨고 그래서 더 좋은 작품이 나왔다는 것에, 그리고 그분들중에 동문이 있다는 것이 매우 자랑스럽고 감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