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증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고, 그렇기 때문에 그에 대한 접근 역시 다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능의학을 배우면서 가장 획기적이었던 개념이 바로 사람마다 용량이 다르다는 것이고요. 특히 자폐에서도 1을 넣는다고 모두 1의 반응이 나오는 게 아니고, 모두 1이 필요하지도 않다는 것입니다.
자폐증은 유전적 소양, 후성유전학적 변화, 독소, 개인의 적응적, 기능적 변화로 인한 혹은 외부 환경과 상호작용으로 인한 신경 염증반응으로 원인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전적 소양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으나, 단 하나의 유전자는 찾지 못하였고, 관련된 유전질환들이 많다는 것도 속속들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예를들어 (유전자 이름은 못 찾았지만) 이 유전자는 자폐스펙트럼 환자에서 많이 공통적으로 발견되고 있는 유전자이며, 남성호르몬, 신체 내 시간 등의 기능에 관여하는 유전자입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남성에서 자폐스펙트럼이 더 많이 발견되는 점이나, 자폐스펙트럼 환자에서 수면장애가 흔한 것 등을 설명하는데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유전자는 환경독소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이 환경독소의 영향은 세대가 지날수록 더 강화된다는 것도 연구자는 설명하였습니다. 이 연구는 왜 자폐스펙트럼의 진단이 더 증가하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이 분야에 대해서 찾아보았던 이유는 2017년에 조선비즈에 나온 기사때문인데요. 하버드 재미 과학자 부부가 자폐증의 원인을 발견했다고 대서특필?? 했던 게 계기가 되었습니다.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22/2017092202126.html
이 연구에서는 모체의 임신중 장염이 태아의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그게 뇌의 특정 부위 발달에 영향을 주어서 출생 후 성장과정에서 자폐스펙트럼을 일으킨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많은 연구 중 일부였는데 무슨 이 사람들이 노벨상 탄 거처럼 기사가 나와서 거품 물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는 많은 영감을 줍니다. (관련된 분야는 이미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고있으며, 지금은 이후에 더 많은 모델들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첫째는 모체의 신체적 스트레스상황이 태아의 발달장애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고, 그 염증반응의 원인이 장이라는 것이고, 모체의 장 환경이 아이의 신경 발달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한 개체 안에서만 장-뇌 축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같은 방식으로 태아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시사점을 줍니다.
이제 태아가 태어나기 전 모체의 장내장 내 환경은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전에는 태내 환경은 무균적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태내 환경은 모체의 장 내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우리가 흔히 이해하듯이 요로감염에 걸린 어머니는 자궁 조기 수축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염증물질인 프로스타 글란딘이 자궁 수축을 촉진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아기도 태내에서 감염이 될 수 있어 태어나면 패혈증 검사를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병을 일으키는 균 외에도 건강한 모체의 질과 항문에 존재하는 균들은 자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태반을 통해서도 모체의 장내 대사산물이 통과되며, 이것이 태아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어린이의 장내 세균은 어떻게 생성되는가, 첫 1000일에 대해 연구한 논문이 있습니다. 영아의 장내 세균은 크게 두가지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습니다. 첫째는 출생 방식과 시기입니다. 질식 분만을 하였느냐, 제왕절개를 하였느냐, 조산이냐 만삭아냐를 지칭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모유수유를 하느냐, 분유 수유를 하느냐에 따라 장내 세균의 성장 방식이 달라집니다. 이때부터는 주변 환경의 영향도 많이 받습니다.
인간의 장내 환경 미생물이 조성되는 과정은 어떻게 변화하는가에 대한 연구들이 있습니다. 위에 말씀드린 것처럼 첫 번째 미숙아들에서 장 내 환경이 좋지 않을 것이란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입니다. 미숙아들의 사망에 가장 큰 원인을 차지하는 NEC 괴사성 장염은 만삭아와 다르게 미숙아에서는 혐기성 균이 많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고 이에 따라 미숙아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유산균을 장내에 섭취하도록 하는 방식이 연구가 이루어져 왔습니다. (저는 신생아 중환자학이 인간 연구에 최첨단이란 점을 정말 자랑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ㅠ) 그리고 이러한 방식으로 NEC에 걸리는 확률을 줄이거나 걸리기 직전인 아이들이 좋아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최근 연구에선 초미숙아에서 단쇄 지방산을 섭취하는 방식으로 건강상태를 개선시킨다는 연구도 있었고, 아마 이 부분은 계속 권장이 되는 것 같습니다.
두번째는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난 아이들과 자연분만한 아이들의 태어나자마자 장내 세균 분포, 그리고 성장하면서 발생하는 세균 분포의 변화를 살펴보았습니다. 질식분만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엄마의 질 내에 있는 유산균으로 샤워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온몸이 강력한 마사지를 받게 되고 좁은 산도를 지나면서 폐액을 짜내기 때문에 호흡에도 더 유리하게 됩니다. 질내 세균이 건강한 모체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피부와 입 주변에 좋은 균들이 있기 때문에 그 덕에 좋은 균과 함께 출발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들은 질식분만으로 태어난 아이들과 비슷한 상태의 세균을 장내에 생성하는데 어느정도 시간이 걸립니다. 심지어 이유식을 할 때까지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두 번째 모유수유룰 하는 군과 분유수유를 하는 군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합니다. 모유에는 human milk oligosaccharide라는 게 있습니다. 이게 몇 가지 종류가 있는데요. 이 다당체는 인간에게는 전혀 흡수가 안되고 오로자 장 내에 있는 세균의 밥이 됩니다. 이 세균들은 당연히 인간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세균입니다. 그래서 모유수유하는 아이들은 건강한 장내 환경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이렇게 두가지 변수, 출생의 방법과 수유 방법 두 가지를 가지고 총 네 가지 종류의 그룹으로 나누어 아이들 장 내 환경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면 그냥 생각해 보아도, 자연분만 +모유수유 > 자연분만+분유수유 = 수술분만+모유수유 >수술분만+분유수유 인 순으로 좋은 균들이 분포할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3-6개월이면 아이들의 장내 세균은 거의 평균적으로 비슷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단지 먹는 것뿐 아니라 주변 환경의 균들에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유식을 하면서 1년이 되면 거의 비슷한 상태의 장 내 세균 환경을 갖게 됩니다.
그렇다면 사실 3개월 이전의 장내 환경에 대해서 그렇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습니다만, 문제는 이 시기가 몸의 면역과 신경을 형성하는데 아주 활발한 시기라는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인간의 면역체계는 70%가 장내에 있습니다. 그리고 인간 두뇌의 시냅스는 초기 1년간 가장 활발하게 생성되고 풍성해집니다. 이 과정에서 장과 뇌는 연결되어 있고요. 우리가 후생 유전학이라고 부르는 환경적 요인이 촉발되는 시기는 이때일 것입니다. 실제로 불리한 환경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장 내 환경에는 면역적으로 쓸모 있는 균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즉, 유전적 요인이 없는 아이가 후생 유전적,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자폐스펙트럼과 같은 발달장애를 가질수 있는 변화를 겪게 되는 시기는 이때쯤 일 것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일찍 감별할 수 있다고 보는 학자들은 6개월부터 그 징후가 나타난다고 말하는 이유가 아마 이 때문일 것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여러가지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봤던 연구 중 흥미로웠던 논문은 수술로 태어난 아이들을 엄마의 질 속에 패킹해 두었던 거즈로 마사지를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했을 때 과연 도움이 될까 하는 연구였는데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습니다. 다양한 연구들이 지속되고 있지만, 질식 분만으로 태어난 아이들이 갖는 것과 비교하였을 때와 같은 비슷한 상태를 만들어주진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불리하게 태어난 아기들에게 건강한 아기들에게서 많이 발견되는 유산균을 초기에 투여하고, 분유를 먹는 아이들에게 모유 다당체를 먹인다거나, 혹은 단쇄지방산을 직접 준다던가 하는 방식으로 연구로 배운 것들을 적용하여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준다면, 이아이들이 겪는 불편함들을 더 줄이는데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1-2년 전에 학회에서 나왔던 이야기들이 벌써 시중에 제품으로 구할 수 있는 걸 볼 때, 세상이 참 빨라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물론 우리가 자연분만을 하고 모유수유를 하면 좋겠습니다만, 세상이 어디 사람마음처럼 되나요. 가끔 저에게 자연분만을 못해서 모유수유를 못해서 아기가 너무 손해보는 것 아니냐며 대성통곡을 하고 가시는 엄마들이 있습니다. 과학자들이 이런 연구를 하는 이유는 자연분만을 못하고, 모유수유를 못한 엄마들을 탓하고 싶어서가 아닙니다. 물론 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권하는 것은 과학자와 의사로서의 윤리겠지요. 그렇지만, 안 되는 상황일 때는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 이런 연구를 하는 거예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는 답을 찾을 거예요. 언제나 그랬듯이.
다음은 신경염증반응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신경 염증반응을 발생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장내 세균 불균형이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메틸화 같은 인체 내 독소제거 능력도 영향이 있을 것이고요. 그리고 외부 환경에서 발생하는 환경 독소 (중금속, 환경호르몬 등)에 대한 지속적인 노출도 그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에 반응하는 뇌에서도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뇌냐, 아니냐도 영향이 있을 수 있겠지요. 뇌가소성의 가지치기 반응에서 가지치기를 해야 하는 시기에 자폐스펙트럼의 뇌는 apotosis 의 신호를 인식하지 못하는 면역 특성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그래서 연결성이 지속되고 과연결성으로 인해 혼란이 있으며 RAS 에서 그걸 걸러내지 못한다는 설명입니다. 이런 면역적 특성은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아이들에게서 발견되는 의학적 질환들의 분포를 보면 더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질환의 분포는 임상가로서의 소아과 의사가 자폐증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해 잘 보여주는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현상학적 접근인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들을 먼저 해결해 주면, 근본적인 증상도 좋아진다. 그렇다면 해볼 만하지 않을까요?
자,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아이들의 가장 큰 문제들을 한번 나열해 보겠습니다.
- 편식이 심하다.
- 변비나 설사가 자주 있다. 혹은 복통이 있다.
- 잠을 안 잔다.
- 촉감이나 소리에 매우 민감하다.
이 부분은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대부분의 특성입니다. 이 문제들을 병원이나 발달센터에서 표현하는 방식으로 다시 표현하면
“감각이 예민하여 수면, 식사, 옷 입기, 장소 변경이 불편하다. 행동문제가 발생한다. 감각 추구 행동과 상동행동이 반복된다. “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함께 살고 있는 엄마아빠에게는 잘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함께 지내기 불편한 게 양적으로 질적으로 모두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감각추구를 멈추면 아이가 잘 먹을까요? 상동행동을 줄이면 문제행동이 줄어들까요? 아니요.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를 알면 감각추구도 상동행동도, 문제행동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뇌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연결성이 많다는 것입니다. 뇌는 성장하는 과정에서 2-3세까지 뉴런의 전체수가 증가하고 연결성도 증가하지만 사용하면서 필요가 없는 부분은 없애는 과정을 겪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폐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경우 MHC II 유전자의 발현이 감소하여 없어져야 하는 뉴런과 시냅스들이 남게 되고 이로 인해 연결성이 증가한다는 것을 연구한 논문이 있습니다. 즉, 세포의 사멸과 면역 반응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가설입니다. 그래서 다른 인구에 비해 자폐스펙트럼 환자에서는 자가면역질환의 환자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그리고 아토피와 비염, 천식과 같은 알러지성 질환의 비율도 높지요.
감각통합장애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그룹에서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있는 아이들의 교감신경의 신호가 증폭된 이후에 문제행동이 발생한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리고 장문제와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연구해 오는 그룹에서도 마찬가지로 교감신경의 신호가 증폭된 이후에 문제행동 (소리 지르기, 자해하기, 빙글빙글 돌기 등)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것이 복통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설명하였습니다. 복통이 발생한 이후 수분 내에 문제행동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복통이나 장문제 (설사, 구토, 구역, 소화불량, 가스참, 변비 등) 은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70% 이상에서 (보고마다 다릅니다만)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이 부분에 대해 치료를 한 경험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저도 치료하는 발달장애환자들의 경우 보호자분들이 변비는 그냥 디폴트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이 연구자 그룹은 변비와 복통, 소화불량을 개선시키면서 이들의 행동이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하였습니다. 자폐스펙트럼 아동에서 자폐 스펙트럼 관련 행동들이 개선된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문제행동은 배가 아파서 한 거였군요.
수면 문제는 발달장애아동에서 흔히 발생합니다. 트립토판 대사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많은 연구에서 신체 내 시계가 고장 나서 그렇다고도 합니다. 그래서 멜라토닌 대사를 활성화하기 위해 낮동안에 눈에 빛을 비추는 빛치료를 하기도 하고요. 멜라토닌을 복용시키기도 합니다. 트립토판대사는 장에서 일어납니다. 트립토판은 세로토닌과 멜라토닌을 생성하고요. 장내 세균 불균형은 수면 장애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잘 먹고 잘 싸는 아이가 잠도 잘 자는 이유는 바로 그것입니다. 수면 시 발생하는 감각의 예민함도 수면 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자려고 눕기만 하면 주변이 캄캄해지니 시계소리가 더 째깍거리고, 피부에 달라붙은 옷이 더 가렵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수면환경이 불편하다면 (이불의 촉감, 습도, 온도, 방 주변의 소리 등) 수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실제로 자폐스펙트럼아이들에게 이 모든 감각들은 공격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예민하네~”로 치부하긴 어려운 문제라는 것을 늘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니 자기 전에 아이가 하는 말을 잘 들어줘야 합니다. 무섭다고 하면 왜 무서운지, 어두워서? 낮에 본 영상의 내용이? 엄마가 옆에 없는 게 두려워서? 그걸 알아야 같은 입면불편감이라도 해결해 줄 수 있습니다. 마냥 뒤척거리는데 긁적이고 등 만져달라고 하고 여기저기 긁어달라고 하면 가려워서 그러는 걸 수 있는데, 그게 음식을 조절하면 좋아지기도 하니 IgG food sensitivity를 해서 음식을 조절할 수도 있고, 그게 아니라면 MAST를 통해서 집먼지 진드기가 영향을 미치는지도 알아볼 수 있고요. 그마저도 아니라면 히스타민증후군이나, 비만세포활성 같은 게 문제일 수 있으니 그에 맞게 대응해 주면 잠도 재울 수 있습니다. 너무 힘들다면 멜라토닌을 줘보는 것도 방법이고요.
자폐스펙트럼장애와 식사는 아주 연관이 큽니다. ARFID (Avoidance-restrictive food intake disorder)는 DSM-5에 포함된 질환입니다. 회피성 제한 식이 장애 - 편식장애입니다. 식이장애와 다르게 자신의 신체에 대한 불편감을 가지지 않고 그냥 안 먹는 겁니다. 자폐스펙트럼장애에서. ARFID는 매우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식감에 예민해서 일수도 있고 식사내용물에 대해 경험적으로 불편감을 가지게 된 경우 (음식에 대한 지연형 면역반응, 글루텐에 대한 알레르기, 단당류에 대사에서 발생하는 호르몬 변화에 대한 불편감 등등) 발생합니다. 때로는 자폐스펙트럼 장애라는 질환 자체가 식이장애라는 증상으로만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성의 경우 자폐스펙트럼이 비 특이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섭식장애로서 혹은 경계선지능 정도로만 인식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혹은 고기능자폐로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살다가 성인이 되어서야 알게 되는 경우도 있고요.
식사의 분위기와 방법, 아이가 좋아하는 식감과 식재료를 바탕으로 하나씩 시작해 보는 겁니다. 심리학적으로도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 중에서 잘하는 것에 집중하면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하거든요. 좋아하는 것을 바탕으로 확장하는 것이죠. 얼마 전에 잘 안 먹고 안 큰다고 2살짜리 아이를 상담하러 오신 분이 있었는데요. 고기를 너무 안 먹는다고 걱정하시더라고요. 고기 안 먹어서 안크는 거 아니냐, 그 친구는 다행히 짜장, 카레를 좋아하고 야채도 잘 먹어서 그럼 짜장, 카레를 양념을 적게 하고 야채를 많이 갈아 넣고 렌틸이나 병아리콩을 소스에 갈아 넣으면 단백질이 풍부하고 맛도 좋아지니 그렇게 시작해 보시라고 했어요. 만병통치약은 없습니다. 아이들에 맞춰야죠.
잘 먹기만 한다면야 바랄 게 없지만, 먹지 않는 게 문제니 너무 어렵죠. 어렵습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해내야죠~
식사량, 집중력의 여부, 낮과 밤의 행동과 에너지레벨의 정도, 좋은 소화기관 상태 유지 등등 하루의 대사를 최적화해주면 아이들의 컨디션이 좋아지기 시작하고 그때부터 회복이 됩니다. 문제행동들이 서서히 줄기 시작하고, 엄마의 눈을 쳐다보고 주변 환경을 돌아볼 여유가 생기겠죠. 유튜브를 운영하시는 자폐스펙트럼아자녀 부모님이 아이에게 물어봤다고 하세요. 아이가 엄마를 인식한 건 초등학교 저학년쯤이라고 해요. 그전까지 나비가 날아다니는 세상에 살았데요. 어느 날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고 그때 엄마의 얼굴을 처음 봤다고 합니다. 자폐스펙트럼 아이의 세상은 그런 거죠. 그 세상에서 나오게 하려면, 우리 감각기관이 정상 작동하도록 해줘야 합니다.
이 모든 것들이 신경 염증 반응 때문에, 그리고 장과 뇌의 축 사이의 문제 때문에 발생하였다니 신기하지 않으신가요? 아, 저는 처음에 공부할 때 엄청 놀라웠습니다. 아니, 세상에, 이것만 해결해 주면 되는구나!
어떤 아이들은 음식에 대한 과민성으로 염증반응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이때는 IgG4 food sensitivity를 해보면 도움이 됩니다. 어떤 아이들은 글루텐에 대한 항체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밀가루 자체가 엔도르핀과 같은 역할을 해서 흥분시키게도 만드니 밀가루 섭취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흥분하고 지나치게 활발해지는 증상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단당류 역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면서 사이토카인 분비를 증가시키고 염증반응을 악화하여 문제행동을 악화시킬 수 있으니 제한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아래도 말씀드리겠지만, 자폐스펙트럼에서 흔히 보이는 미토콘드리아 이상을 교정하기 위해 케토식이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글루텐 제한식이, FODMAP제한식이, 케토식이, 우유나 계란 제한식이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모두에게서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주요한 원인인 경우가 있고 아닌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자, 어려운 얘기일까 봐 이 얘길 맨 나중으로 뺐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신경 염증반응에 대해서 설명드릴게요.
신경 염증 반응 Neuroinflammation은 많은 신경 발달장애, 퇴행장애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뇌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은 BBB (blood-brain barrier, 뇌혈관장벽)이 뇌의 신경 세포에 세균이 직접적으로 침투하지 못하도록 막는 굳센 장벽입니다. 이 장벽은 뇌를 지키는 세포인 astrocyte가 지키고 있습니다. 이 세포는 뉴런보다 5배 정도 많은 수로 세포들을 지키는 역할을 합니다. 이 장벽이 신체 내의 염증반응 물질들에 반복되어 노출되거나 혹은 장누수 증후군으로 인해 소화가 다 되지 않은 음식물이나 음식물들로 인해 발생한 염증물질들이 흐르면 뇌혈관 장벽을 막고 있는 단백질들이 느슨해지면서 직접적으로 염증물질들이 전달되게 됩니다. 이 염증물질들이 직접 뉴런들에 작용하면서 신경세포의 기능을 악화시키고, 세포자멸을 일으키고, 액손이 손상되면서 신경 신호들이 전달 안되거나, 시냅스 간 연결이 약해지게 되어 신호 전달이 잘 안 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쌓이는 염증물질이 아밀로이드베타라는 단백질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바로 알츠하이머병에서 많이 발견되는 물질이지요. 최근 연구에서는 베타 아밀로이드가 병을 일으키는 원인인지, 아니면 염증반응의 결과물인지 그래서 이것을 치료하는 것으로 과연 뇌손상의 가역적 변화가 있을 것인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습니다. 염증반응을 조절하고 염증반응을 감소하고 신경을 보호하는 뉴로트로픽스 (예, BDNF 등)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연구도 있었고요.
이런 신경 염증반응이 발생하는 이유는 신체의 염증반응 때문입니다. 염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많이 있습니다. 만성적 염증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은 스트레스입니다. 만성적 스트레스는 몸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를 증가시키고 만성적으로 증가되는 코르티솔은 몸에서 염증을 유발하는 사이토카인의 분비를 지속하게 합니다. 몸을 스트레스 상황에 적합하도록 적응시키는 과정인데, 원래 몸은 이런 만성적인 스트레스에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스트레스에 대응하려고 하는 반응 자체가 몸을 더 망가트리는 역설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최근엔 여러 가지 스트레스 = 노화의 원인이라는 도식이 많이 알려져 이해하기 어렵지 않으실 거예요.
그리고 또 하나 쉽게 이해하기 위해 병을 하나 가져왔습니다. PANS/PANDAS라는 병입니다. 어린이에서 급성 감염 이후 발생하는 신경병증적증후군을 말합니다. 주로 틱이나 강박증, 야간뇨의 발생과 불안함이 증가하는 등 갑작스러운 심리, 신경적 증상이 발생합니다. 원인은 감염에 의해 일시적으로 만들어진 자가 항체가 신경조직에 염증반응을 일으키게 되는 것으로 뇌혈관 장벽의 단백질이 항체로 발견되기도 합니다. 이런 질환들은 원인을 알 수 있다면 (PANDAS는 황색포도상구균의 감염에 의한 것으로 항생제 사용으로 치료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원인을 치료하거나,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치료 (e.g. 면역글로불린)를 통해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증상은 틱이지만 실제로는 감염 때문에 일시적으로 뇌신경이 이상해진 것입니다. 신기하죠. PANS/PANDAS는 자폐스펙트럼이나 ADHD와 같은 신경염증반응에 의해 발생하는 만성적인 신경 발달장애에 대한 이해를 돕는데 아주 유용한 도구입니다. 넓은 의미에서 아이들이 겪는 (일시적으로) 질환으로서 신경염증반응성 질환에 함께 속하기도 하고요. 자폐스펙트럼 장애와 마찬가지로 강박성 장애와 조현병과 같은 질환에서도 같은 기전으로 질환이 발생한다는 연구들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런 신경 염증반응은 왜 일어나고, 왜 몸의 보호 메커니즘 작동이 실패한 것일까요.
흔하게 논의되고 있는 것이 메틸화 장애입니다. 메틸화라는 것은 몸의 해독작용과 신경 전달물질 생성, 그 외 유전자의 생성등을 조절하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반응입니다. 2012년도 논문에서 발췌한 그림에 따르면 메틸화를 거쳐 생성되는 물질이 매우 다양함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과 도파민 대사, 그리고 해독과정에서 중요한 글루타티온의 생성과 아르기닌의 대사까지 문제가 발생하면 그다음으로 이어지지 않는 생화학적 반응들이 매우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메틸화에서 가장 중요한 조효소는 아무래도 엽산과 코발라민(B12)입니다.
자폐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경우 미토콘드리아의 대사에 이상이 동반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Molecular Diagnosis & Therapy (2018) 22:571–593 https://doi.org/10.1007/s40291-018-0352-x) 미토콘드리아의 대사 질환이 아니어도 기능적으로 에너지생성이 떨어지거나, 산화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하는 등 기본적인 세포의 기능을 유지하는데 실패하게 되면서 몸이 만성적인 염증반응을 일으키게 됩니다. 이는 소변 유기산 검사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산화스트레스 물질의 농도도 높거니와 그것을 해소하는 글루타티온의 농도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을 연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뇌는 뇌혈관장벽에 비타민 B12에 대한 항체가 있어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이 뇌신경세포에서 떨어진다는 연구도 있고, 실제로 고농도의 비타민 B12가 증상을 호전시키는 결과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 최근 연구에서는 산화 손상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Kyneurate대사산물, picolinate (소변 유기산 검사에서 높다고 많이 나오는데 실제로 해줄 수 있는 게 많이 없어서 계륵인 물질)을 타깃으로 하는 물질로 치료를 시도하였으며 실제로 임상시험에서 좋은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만약, 이런 연구가 성공하여 시제품으로 나온다면 자폐스펙트럼환자에서 써볼 수 있는 치료의 범위가 다양해져 회복의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뇌신경 염증반응을 물리적으로 치료하는 치료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자기장을 이용한 치료(TMS)고요. 나머지 하나는 낮은 레이저 에너지를 조사하는 것(tPBM)으로 치료하는 것입니다. 두가지 모두 물리적으로 두경부에 조사하게 됩니다. (빛 치료의 경우 코를 통해 접근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 두 치료의 근본적 원리는 뉴런의 미토콘드리아를 활성화하고 활성산소를 제거하며 신경 보호인자들을 활성화하여 신경 가소성을 증가시킨다는 것입니다. 이중 TMS는 신경과와 정신과 영역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발달 장애에서 일부 시행하고 있습니다. 빛치료는 현재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분야입니다. 자기장에 비해 에너지가 크지 않고 (자기장도 부작용이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부작용도 적고 그래서 부담이 적다 보니 많은 연구자들이 이 분야에 대해 활발히 연구하고 있습니다. 만약 적절히 잘 사용만 한다면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테니까요. 현재까지는 연구결과에서 매우 만족할만한 결과들을 보고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생활환경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후생유전학에 대해서 많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후생유전학을 발견하게 된 과학자는 쥐실험에서 어미의 돌봄을 받은 쥐와 어미의 돌봄을 새끼 때 받지 못한 쥐가 성체가 되었을 때 코르티솔 농도의 차이를 분석해 보았습니다. 분명 같은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개체들이지만 어렸을 때 스트레스 상황에서 어미가 돌봄을 주었던 그룹에서는 스트레스를 맞이할 때 잘 적응할 수 있는 물질을 분비하도록 유전자들이 “켜져”있었고, 그런 기회를 박탈당하였던 개체들은 그 유전자들이 “꺼저”있었기 때문에 성체가 되었을 때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대처하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후생유전학입니다. 후생유전학에 영향을 일으키는 것은 많은 것이 있습니다. 주변의 독소와 균, 식습관과 생활환경, 생활 습관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견딜 수 있도록 해주는 가족의 돌봄도 그 후생유전학에 영향을 미칩니다. 자폐스펙트럼 장애가 발생한 것이 부모의 무관심 때문이라는 거짓말에 속지 마세요. 그리고 이미 꺼진 그 유전자라도 다시 켤 수 있는 것이 바로 가족들이라는 것도 잊지 마세요.
진짜 진짜 마지막으로 중금속, 환경 호르몬과 같은 독소들입니다. 이 부분들에 대해선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잘 이해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산업혁명 이후 건강한 토양과 튼튼하게 잘 자란 채소들이 많이 없어졌습니다. 양적으로는 증가했을지 모르나, 자연 본연이 주는 건강한 효소와 인자들을 모두 가진 동, 식물들이 많이 없어졌습니다. 아니, 우리의 식탁에서 구하기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먹고사는 우리도 모두 그저 속이 텅 빈 강정처럼 겉은 커다래졌지만, 실상은 비실비실하지요. 그리고 그 대신 우리가 알 수도 없는 많은 유기용제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우리 몸에 쌓여가고 있습니다. 최근엔 미세플라스틱까지 혈관에 타고 있습니다. 이런 모든 것들이 아마도 자폐스펙트럼장애의 비율을 더 증가시키는 것이리라 많은 과학자들이 추측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진료하다 보면, 중금속이나 위의 여러 가지 대사 이상에 대한 검사를 권하게 되면 아이가 벌써 그런 일이 발생하느냐고 묻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그러나,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 건강한 원형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습니다. 태어나기 이전부터 0에서 100%까지 다양한 형태와 상태로 발생하고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부모세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아이에게 유전적 취약성까지 더해져 바로 증상이 나타날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에게 이 증상들이 나타났을 수도 있어요. 인간이 태어날때 완전하고 건강한 원형으로서의 인간으로 태어난다는 신화를 깨지 않으면 우리는 아이들의 건강에 더 진실하게 접근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반드시 권합니다. 아토피든, 장이 안 좋든, 기관지가 약하든,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의심되든 중금속이나 환경 호르몬 검사를 해보세요. 만약, 그것이 발견되면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를 하나 더 잡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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