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Dr.Arale 2023. 12. 10. 00:37

사실, 꽤나 자주 그런 생각을 한다. 

나는 누구이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늘 답을 얻는것은 아니지만, 정확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래서 남들이 보기엔 늘 답이 있는 것 처럼 보였을지 모르겠다. 

누가 묻기도 전에 난 이렇게 살거야 하고 말하고 다녔으니 

전문의를 따기전엔 네덜란드에 가서 살거라 하도 말하고 다녔더니만, 베트남에 있는동안 수년만에 연락온 후배가 외국이라니까 네덜란드냐고 물었다. 

물론, 그 지독한 외국병은 베트남 + 역병으로 어느정도 치료가 되었지만, 그래도 난 여전히 낯선 것이 그립다. 

작년부터는 생각지도 못한 심리학 공부를 시작했다. 심리라는 것이 사람을 탐구하는 것이기에, 그 배경을 이해하려고 철학도 찾아보았다. 공부라고 하기엔 겉핧기 식이지만 제법 학자들의 이름도 꿰고 이론의 이름도 외는 정도가 되었다. 

자폐라는 것을 공부하면서, 인간에 대해 더 깊이 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자폐증이란 증상을 기술한 의사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고기능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이들의 고백을 보면 그들의 세상은 우리와 너무 다르다. 

Cogito, ergo sum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데카르트가 말했다. 아무리 의심해도 의심하고 있는 나의 존재는 부정할 수 없노라고. 

후설은 현상학으로 관찰하는 동시에 관찰 당하는 것과 관찰하는 것의 변화를 이야기했다. 

마치, 슈레딩거의 고양이처럼 관찰하는 행위는 많은 것을 바꾼다고 이미, 과학이 알기 전에 인간들은 알고 있었다. 

생각이라는 존재적 행위가, 관찰이라는 현상적 행위가 그리고 그 인식의 과정이라는 것이 우리를 규정하고 있는데,  

우리의 인식이라는 것이 감각에 기반한 것이니, 그 감각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처리되느냐가 결국 우리를 어떻게 반응할 것이냐의 일차적 관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공부를 했다. 

자폐스펙트럼 장애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중 하나는 감각통합의 문제이다. 가장 큰 특징중 하나인 특정 감각에 대한 반복적 추구가 진단 기준에 포함되어있다. 감각을 추구하는 것만이 문제는 아니다. 애초에 어떤 감각에는 크게 반응하고 어떤 감각에는 둔하게 반응하며 어떤 감각들은 느꼈지만 머리에서 차단해버리는 것이 혹은 의미있는 정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어떤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의 인터뷰에서 엄마를 인식할때까지 자기만의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과연 이 아이들을 세상 밖으로 데리고 나오는 것이 맞는 것인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면 그저 인간은 감각하는 동물에불과한 것인가? 과연 인간이란 것은 무엇이기에, 감각도 하고, 사고도 하며, 인식도 하고 그 안에서 운동도 하고 살아가야하는 것인가. 

궁극적으로 적응적 삶을 살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면 그 적응적 삶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우리는 옳은 일을 하는 것인가. 

말도 안되는 생각들을 하고 있다. 

김주환 교수의 내면소통을 읽고 있다. 사람의 의식이 인식의 주체가 되어가는 과정안에서 다만 감각이 아니라, 예측하고, 예측이 맞고 틀리는지를 반성하며 다시 예측하는 반복되는 시스템 안에서 나라는 경계를 세워간다고 말한다. 즉, 나의 내부와 외부는 다르다고 말하고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외부에서 일어나는 일과 다르게 판단하여 적응하도록 하는 것이 뇌가 하는 일이다. 그것은 의식 수준에서 일어나기도 하고 대부분 무의식의 수준에서 일어난다. 중요한건 내가 의식하든 하지 않든, 내 신체는 그것을 안다는 것이다. 

소마틱 바디라는 개념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내가 인식하는 만큼의 우주, 내가 감각하는 정도의 나, 그것이 나를 이룬다. 바렐라가 말하는 인간은 데카르트를 전면 부정하기에 좀 충격이었다.  바렐라는 우리는 느끼는 존재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생각이 아니다. 그렇게 말한다. 

지금 마뚜라나를 읽고 있다. 마뚜라나는 개구리와 조류의 망막, 시신경 연구를 통해 망막이 느끼는 것 뿐 아니라, 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시각을 완성해나간다고 말한다. 

즉, 유기체는 매개체와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해서 정보를 교환하고 그 안에서 영속성을 만들어간다. 

우리는 사물의 있는 그대로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볼수 있는 장기로 사물을 느끼면서 우리의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 대부분이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 사물은 사실 그 세상의 본질이 아닐지 모른다. 그저 다수의 사람들이 그렇다고 느끼니 그렇다고 아는 것일 수 있다. 

사실 우주는 가시광선으로 보지 않으면 이런 모습이 아닐거다. 심지어 우리가 보는 우주 사진들도 몇십 몇백 광년 밖의 빛이며 이미 과거의 빛일 뿐인데, 여러 광선을 조합해서 사람들이 보기 좋게 만든 이미지일뿐이고, 그 은하들은 인간의 눈으로 한눈에 볼수도 없으니, 정말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이것이 맞다고 말할 수 있을지. 

이렇다보니, 자기생성과 인지, 살아있음의 실현이라는 이 과학자들이 지은책은 대승불교를 전공하신 철학자가 번역하셨다. 

이렇게나 멀리멀리 돌아 다시, 자폐증으로 돌아온다. 자폐스펙트럼 장애가 가지고 있는 인식의 체계는 불완전한 것이며, 악하고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인가? 

아니, 우리는 어떻게 이 아이들을 이해하고, 우리가 느끼는 것을 같이 느낄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까? 

통증의 역치도 높다는데, 그 세계 안에서는 행복하다는데, 굳이 아픔의 세계로 절망의 세상으로 데리고 나와야하는 걸까? 

여기에서 다시 푸코를 만났다. 푸코의 발언은 아주 단순하다. 현대의학은 질병을 장기 기준으로 분류하였다. 인간 시스템이 아니라, 장기 중심으로 해부학적으로 접근하도록 바꾸었다.  장애의 정치학을 위하여의 낸시 J. 허시먼은 사회적 장애가 장애인이 장애를 겪게 만든는 것이라고 말한다. 즉, 걷지 못하는 장애가 아니라, 계단이 있는 사회가 걷지 못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장애인임을 알게 한다고 하였다.  장애라는 것의 정의는 사회마다 다르다. 절대적으로 의학적인 개념이 아니다. 어느사회가 어떤 사람들을 기능하지 못한다고 정의할 것이냐는 순전히 사회가 정하는 것이다. 장애의 역사 (김승섭 역)에서 미국의 네이티브 아메리칸들은 다리가 하나 없어도, 말을 못해도, 그리고 심지어 사회적인 소통이 안되어도 그 사회에서 기능을 한다면 소외 하지 않고 그것을 장애라고 보지 않았다고 했다. 

내가 하고 있는 이 의학은 사람을 소외시키는 것인가, 정의하는 것인가, 사회로 다시 불러오는 것인가. 

만약, 발달장애인들이 사회적으로 적응적인 삶을 살고, 독립적인 삶을 살도록 하는 것이 단 하나의 목표라면 ABA가 효과적일 수 있겠다. 그러나 유기체 내부에 삶의 풍성함을 주기 위한 것이 우리 중재와 치료의 목적이라면, 우리는 다른 선택을 해야한다. 

 

애초에 사회로 다시 불러온다는 그것은 사회에 적응시키는 것인가, 개인의 행복을 위한 것인가, 사회 전체를 위한 것인가. 

 

그래서 지금 기능의학을, 심리학을, 철학을, 인지과학을 배운다.

 우리를 이루고 있는 세포, 세상, 정신, 그리고 여러 장기에 발생하는 다양한 현상, 마음과 몸을 같이 보는 그런 진료말이다. 그 사람의 시간, 경험, 감정을 함께 보는 진료다. 마음이 어떻게 몸과 떨어져있으며, 과거가 현재를 이룬다는 것을 어떻게 부정하겠는가, 그리고 이 몸으로 미래를 살아갈 그 사람의 마음부터 달래는 것이 진료의 시작이 아닐리 없다. 

근데, 너무 어렵다. 나는 지금 얽힌 실타래를 들고 있는데, 이게 그전과는 다르게 너무 크다. 

나는 지구를 구하려는게 아니다. 그냥 내가 궁금한 것을 따라가고 있다. 앨리스처럼 작은 토끼굴에 들어갔는데 너무 큰 왕궁을 마주했다. 

긿을 일었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 칼세이건이 말했듯, 이 푸른점에서 우리의 모든 아픔과 기쁨과 사랑이 살아가고 있다. 이 억겁의 세월속에서 찰나의 시간에 만난 우리들이, 짧은 인생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오늘 크리스토퍼 틴의 "  Flocks a mile wide (1마일 너비의 새떼)"라는 노래를 들었다. 그 고난의 길을 마다하지 않고 매해 가는 수많은 철새들에 비하면 지금 내 어려움은 아무것도 아니다. 나에겐 따뜻한 집도 있고, 쉴 시간도 있다. 그래서 위로를 받고 오늘 한 걸음을 걷는다. 이 여행이 어떻게, 언제 끝날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혹시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아주 작은 불씨가 되어, 아이들을 돕게되면 좋겠다. 

사랑하는 소설가 톨킨은  

All that is gold does not glitter; Not all who wander are lost.
The old that is strong does not wither.
Deep roots are not reached by the frost. 

라고 말했다. 

모든 금이 반짝이는 것은 아니다. 

헤메는 모든 이들이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강하여 오래된 것들은 시들지 않으며

깊은 뿌리에는 서리가 닿지 않는다. 

나는 헤매고 있으나, 길을 잃지 않았기를, 깊은 뿌리가 되기를 하여, 시들지 않기를 바래본다. 

이제 시작된 것 같은 이 모험에 끝내 길을 찾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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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우리를 황폐하게 만든다. 전쟁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주는 공포는 아주 단순한 것이다. 우리가 이룬 모든 것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 나의 존엄성은 무너지고 나를 이루고 있던 모든 세계를 지탱하던 아름다운 것들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코로나는 우리에게 그런 것이었다. 인류는 3년간 너무 많은 것을 보았다. 나는 베트남에 있었다. 호치민에 있었다. 호치민은 아름다운 도시였다. 역동적이고 바쁘고 사람들이 넘쳐났다. 어느날 일어나보니, 모두가 모두에게 적이 되어있었다. 그것은 전쟁보다 더 슬픈 일이었다. 아는 사람을 하나 건너면 코로나에 걸려 희생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넘쳐났다. 호치민은 베트남에서 가장 큰 도시중 하나였는데, 예외가 아니었다. 너무 슬펐다. 가장 큰 병원 앞에서 사람이 죽어갔다. 숨을 헐떡이던 노모를 그저 바라만 보아야했던 아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더한 이야기도 있었다. 스페인에서 노인들이 머무는 양로원에 노인들을 제외하고 다른 스텝들이 모두 피했다. 걷잡을수 없이 퍼지는 코로나를 피해 젊은 스텝들이 자리를 피한 것이다. 그 도시를 일으키고 자녀들을 키웠던 부모들은 그 병마속에서 죽어갔다. 존엄같은 건 없었다. 

해외에서 겪은 코로나 19의 일련의 사태는 개인에게 엄청난 불안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고국은 어느새 지구에서 가장 방역을 잘 하는 나라가 되어있었다. 그저 6시간 남짓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던 고국은 지상 천국이었다. 가장 합리적으로 병을 대하고 있었다. 죽어가는 환자에게도 그나마 존엄이 남아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그때 나는 호치민 시내에서 어느 동의 누군가가 숨을 쉬기 힘들어하고, 어느 병원으로 후송되었고, 어떤 대사관 직원이 그 일에 어떤 일을 하였고, 이후 사망하셨다는 소식을 듣는 그런 날들을 보내고 있을때였다. 

한없이 무력했다. 전쟁이라는 것이 이렇게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까. 최선을 다해 이것저것을 해보았지만, 아무것도 되지 않았다. 호치민 시내에 갇힌 한인들을 위해 약을 내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검사키트를 몰래(?) 들여오던 날, 그 날의 떨림을 잊을 수 없다. 

건강 상의 이유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고국의 정취, 그것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것은 고국에 돌아온 안도감이 아니었다. 의사로서, 지구상에서 가장 합리적으로 역병에 대처하는 지역에 도착한 안도감이었다. 그랬다. 내가 도책하였던 2021년 9월의 한국은 그러했다. 시내에서 30분이나 떨어진 마을까지 시청 직원이 도착해 보급품을 주고, 감염 폐기물을 위한 봉투도 주는 곳이었다. 

나에게 나의 고국은 그런 곳이었다. 

그래 고국은, 나라는, 국민을 안심하게 해야한다. 

그 시간동안 아이들이 망가졌다. 언어를 배우고 뛰어놀며 사람들과 상호작용해야하는 아이들이 그 시간을 빼앗겼다. 그 아이들의 시간은 매우 크리티컬하다. 한번 지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니까 서른살인 당신에게 이 봄에 못한 것이 서른 한살에 할 수 있는 것, 그런것이 아니다. 두돌의 봄에 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그 사람의 시간에서 계속 뒤쳐지는 결과를 낳는것이다. 한국은 아이를 낳기 어려운 곳이다. 

나는 매일 엄마들을 본다. 엄마들은 너무 불쌍하다. 아이를 낳는순간부터 딱하다. 아직 부른배가 꺼지지도 않은채, 제대로 걷지도 못하면서 퉁퉁부은 얼굴로 내게 온다. 자신은 잘 자지도 먹지도 못하면서, 그 작은아이가 먹는 것에 대해 싸는 것에 대해 나에게 묻는다. 그리고 그 아이가 어디가 아프다면, 부모는 다시 종종대며 이곳저곳을 다녀야한다. 한국이 부모에게 많이 도움이 된다 하더라도 아직 멀었다. 특히, 자녀가 발달이 늦다면, 거기서부터는 다 부모탓이다. 왜그럴까. 

얼마전에 고딩엄빠 촬영팀이 다녀갔다. 급하게 섭외 연락이 와서 좋은 뜻으로 수락하였다. 피디는 다짜고짜 얘기한다. 엄마가 너무 늦장을 부려 아기 발달이 늦은 것 아니냐고. 한국에서 아이를 혼자 키우면 그런일이 벌어진다. 아무리 노력하고 잘해도. 너무 잘하면 독하다 소리를 들어가며, 조금이라도 빈틈이 생기면 그러니 애비 없는 자식이라고 말이다. 

엄마는 혼자 돈을 벌면서 아이를 키운다. 어떤 주변의 도움도 없이 키우고 있다. 그런데 20개월에 걷지 못하는 것이 그저 엄마의 탓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양부모가 모두 살아있는 경우에도 발달지연, 발달 장애로 진단받는데 걸리는 시간은 오래걸린다. 3차 병원에서 예약하는데도 오래걸리고, 검사하는데 시간도 만만치 않게 소요된다. 이후에 장애가 있다고 하더라도 인정하지 않기도하고, 진단기반이 아니라도 치료를 시작하는데 여러가지 걸림돌이 있기 때문이다. 나라는 발달 지연이 있을때 검사비를 지원한다. 그렇지만, 그 부모가 얼마나 가난한지 증명해야 도와준다. 가난한 엄빠는 그걸 증명할 시간도, 그걸 증명까지 해가며 내 아이의 문제를 인정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 허들에 걸린 아이들은 발달지연에서 발달 장애가 되고 , 발달장애는 학습장애와 사회 경제적으로 낮은 위치를 찾게 된다. 즉, 가난이 되물림 된다는 뜻이다. 

아이를 낳게 하는 것이 다가 아니다. 인공수정을 통해 아이를 낳으면 뭘하나, 아이를 낳아 발달 지연이 있다고 하면 그 집안은 경제적으로 풍비박산이 나는데. 

그런 일을 한번이라도 본다면, 세상에 어떤 부부가 아이를 낳을 위험한 결심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지금 전쟁터에 서있는 것 같다. 이 절실함이, 이 절박함이. 아이들에게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부모들은 나에게 실비를 물어보고, 검사 바우처를 물어본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봉사자가 아닌 이상에야, 인건비가 들어가는데, 무턱대고 언제까지 사람들을 그저 도울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는 지금 너무 행복하다. 그저 무기력하게 바라볼수 없던 아이들에게 뭐라도 해줄 수 있어서. 그게 소아과 의사로서 가장 큰 행복인것 같다. 아이들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것이 현실로 나올 수 있도록 돕는 일. 그 일들이 많은 소아과의사에게서 더 일어나기를 기도한다. 

나는 절대 아이들을 이 전쟁터에 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이 성인이 될 20년 후에 우리의 노력을 모른다 해도, 우리의 노력이 세상에서 잊혀진다 해도. 

그 아이들이 다른 사람들의 도움없이 살아갈 수 있는 성인이 되어, 가정을 이루고, 행복한 삶을 살수 있다면 그것으로 감사하다. 

신이시여, 우리에게 힘을 주소서. 

전쟁과 같은 코로나 19에서 살아남은 이 소중한 아이들에게 부디 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부디 우리가 그 일에 잘 쓰임받을 수 있도록 힘을 주세요. 

posted by Dr.Arale 2022. 7. 12. 22:53

시작할때부터 아니, 시작도 하기전부터 이미 배우가 걱정하던 부분이다. 잘해도 못해도 여러사람들의 날카로운 시선이 꽂힐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난 바로 우영우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당사자, 가족들과 전문가들이 한마디씩 거든다. 오늘은 심지어 그렇게 잘난 자폐 스펙트럼 장애환자 이야기에 가족들은 절망할거고 사람들은 더 환상을 가지게 될거라고 천재가 아닌, 즉 존재를 증명하지 못한 존재는 인정받지 못할거라고 했다.
물론 이전 기준 “자폐증”으로 보면 우영우는 꽤나 사회성도 있고 기능도 좋고 거기에 사람들이 모두 우러러보는 천재니까 너무 극단적인 환상의 이야기는 독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지
난 거기에 동의 할수 없어,
잠자리에 들기 전 급하게 글을 남겨본다.




1. 자폐증이 아니라 자폐 스펙트럼 장애야.

이전 진단기준에서는 자폐증은 아주 좁은 의미의 장애였다. 고전적 의미의 자폐증은 정말 환자였을수도 있지. 하지만 많은 의사들과 사람들이 점차 알게되었다. 정상과 중증 자폐인 사이에도 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기존 아스퍼거등을 포함한 다양한 진단명을 포함했기 때문에 스펙트럼이란 단어를 굳이 쓴 것이다.


모든 특징이 동등한 강도로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모든 특징이 모두에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특징적 증상이 있지만 사람마다 정도와 특징이 다르고 거기에 성격과 기질, 가족과의 관계, 사회적 경험까지 어우러져 전혀 다른 사람들의 모습으로 살아간다.  

그러니까 어떤 사람들은 고기능 자폐로 실제로 사회생활 하는데 지장이 없을수도 있다.
물론, 꼭 서울대 수석 졸업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그렇지 말란 법도 없지!
이 얘긴 좀있다가 다시 더할거임
3화에는 공부잘하는 우울증과 공부 잘하는 고기능 자폐와 많이들 알고 있는 자폐증 환자가 나온다.
영우는 판사와 검사가 자신과 피고의 자폐를 구별할 수 없다는데 놀란다.
형은? 공부 잘하는 친구가 사회성이 떨어지거나 우울증이 생기는건 용인이 되는데, 자폐성향이 있는건 용납이 안된다고 생각한다니. 그것도 덫이다.

모든 사람이 각기 다른 모습을 갖고 있다.
편견을 깨자는게 이 드라마의 취지야.




2. 사랑에 빠져야 예뻐 보이고, 한번 가까워지면 더 익숙해진다.

나는 동물을 좋아하는데 털이 복슬복슬한 강아지가 좋았다. 근데 어느날 치와와를 키우게 된거야. 별로였지만 같이 살면서 정도들고 정말 사랑에 빠지게 되었지. 그리곤 깨달았어 모든 강아지들은 다 예쁘다는 걸. 그건 사람도 마찬가지야.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아이들이 예뻐지고 존중하게 되고. 뉴스에 어린이집 사건이 나오면 모두 공분하게되는 바로 그 지점. 바로 그 마음이 생기는거야.
그건 겪어야하고 배워야한건데. 우린 아직 자폐스펙트럼이나 여타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사는데 익숙하지 않아서 무섭고 그래서 우리는 3화에 나오는 피고인 보듯 그렇게 멀리서만 바라보고 있는건 아닌지.

물론, 발달 장애인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구조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긴 하지.
나도 그런 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이 글을 쓰는 것이고.  

우영우는 예쁘고 귀여워 게다가 독창적이라 사건해결도 잘하지.
이런 매력적인 캐릭터를 사랑하게 되면 우리가 만나는 이웃들도 더 잘 이해할 수있게 될거라고 생각한다.
반향어를 하고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이웃을 마냥 이상하게만 보지는 않게될 것이다.  

여기서 한걸음,한걸음 더 나가면,언젠가 현실판 우영우가 나와도 더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

말아톤, 증인, 그것만이 내세상, 레인맨 등등.. 계속 나오면 달라질거야.



3. 여성 자폐 스펙트럼의 특징

많은 질환들이 남성 중심적으로 기술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여성이 호소하는 증상들은 “비특이적”이라고 말하고 그래서 병의 진단이 종종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의사와 연구자들이 모두 남자였던 시절의 연구결과들이 아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성주의적인 논점과 전혀 상관없이 질병이라는 것은 굉장히 주관적이고 경험적인것인데 남성중심의 질병사가 여성의 질환 생태를 파악하기 어려웠던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사회의 여성과 남성에 대한 편견까지 더해져 어떤 상태를 묘사하는데 왜곡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여아의 과잉행동/집중력 장애는 진단이 늦어지거나 안되는 경우가 많다. 여아에서 나타나는 ADHD는 조용한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조용한걸 여자애라 그렇다고 생각하고 더이상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서 라고 한다.
자폐스펙트럼 장애도 마찬가지다. 여아의 경우 말이 더 많고 사회성이 좋기 때문에 자폐성향이 있다고 하더라도 특별히 신경쓰지 않는다. 그냥 생활은 되니까 그래서 진단이 누락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실제로 많은 연구자들은 여성의 경우 자폐스펙트럼 장애가 있다고 하더라도 진단 받지 않고 살아가는 경우기 많을 것이라도 지적한다.
논문; The female autism phenotype and camouflaging


Sara hendrikx는 영국의 심리상담가로 본인이 학위를 마친후에 자신이 자폐성향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Sara Hendrikx in ANNE

성인이 되어서야 자폐성향을 알게된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데 독특하다고 생각할 뿐 옮기는 병은 아니기 때문! .



4. 비슷한 친구 쉘던

미드 빅뱅 이론에 나오는 주인공 쉘던은 엄청난 천재로 나온다. 그를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 하지만 주변에 있는 친구들도 그렇게 정상으로 보이진 않는다.
노벨상 타러간 쉘던이 친구들 불러새우며 했던 감사인사는 눈물을 부르기에 충분했다. 쉘던이 얼마나 이상했는지 모두 겪어왔기 때문일 것이다. 쉘던은 자폐 성향을 갖고 있다. 감각에 예민하고 루틴을 중요시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는데 서툴다. 그렇게 특징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쉘던에게 극 내내 한번고 어떤 병명을 붙인적은 없었다. 어느날는 복장 터지게 만들지만 어느날은 또 예측 가능한 그의 행동이 웃음을 부른다.

똑똑함을 자신의 유일한 장점으로 알고 있던 쉘든이 똑똑함 말고 본인의 독특함으로 인정받고 사랑받고 관계를 쌓아나가는 과정에서 커뮤니티 안에서 소통하는 일원이 되는 과정이 보기 좋았다.

주인공에게 꼭 자폐 스펙트럼 장애 라는 딱지를 붙이지 않고도 주인공을 사랑하고 이해하게된 지점이 우리에게도 오길 바란다.
그래서 우린 이런 드라마를 더 경험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다운 증후군 언니가 나온 두화를 보는 내내 울었다. 우리 모두는 이 이웃들과 함께 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다르고 몰라서 감히 다가가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궁금증, 그리움, 사랑과 연민 같은 것들.
그런 마음이 시대정신으로 모여 우영우를 사랑하게 만든게 아닐까?

마지막으로 우영우을 너무 잘 연기해주시는 배우님 너무 고마워요.


은빈토끼 포레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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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디테일에 집중한다. 

자폐적 성향이 있는 사람들은 디테일에 강하다. 아주 사소한 차이도 금새 알아차린다. 집중하고 있는 대상이라면 그의 옷매무새, 안경, 냄세나 표정의 변화까지도 바로 알아낸다.   

넓은 스펙트럼의 다양한 능력들이 있지만, 자폐적인 성향의 사람들은, 관심분야의 특정한 부분에 대한 섬세한 디테일들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고 그 차이를 금새 알아차린다. 

2. 지속적이다. 

그는 디테일에 집중하는 것을 지속한다. 한번 시작하면 끊기 있게 지속하고,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힘들 수 있다. 어떤 문제를 진행시키기 어려울 수 있다. 

한가지 일에서 다른 일로 전환하는 데 많은 에너지가 들 수 있다. 즉, 한번 시작하면 다른것으로 옮겨가거나, 그 일을 그만두는 것 자체가 힘들다는 뜻이다. 한번 어떤일에 집중하기 시작하면 고집스러워지고 유연성이 부족하며, 시각이 너무 좁게 보이고, 다른 것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은 매우 열정적인 것의 다른 말이다. 그리고 많은 경우에 매우 많이 전문적이다. 

3. 창의적이다. 

일상적인 잣대에서 생각을 하지 않고, 사회적인 맥락과 기대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으로 인해 상황과 기존 시스템 밖에서 생각하게 되고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혁신적인 innavative 생각을 하게 된다. 

세상의 거의 모든 영역, 음악, 미술, 영화,무용, 소설 등등 에서 이런 창의적인 자폐적 성향의 사람들을 찾을 수 있다. 

위의 세가지 장점들을 업무를 함께 하는 동료들의 관점에서 생각해본다면, 디테일에 신경쓰면서, 기존 맥락에서 벗어난 신선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팀 내에 이득을 줄 수 있을 것이다. 

4.  솔직하다. 

이것은 직설적이고 정말 확실하고 투명한 의사소통을 중요시 한다. 때로 의견을 제시할때 사회적인 맥락과 예의 등 때문에 해야할 말을 적절하게 표현하지 못할때가 많지만, 그는 말로 표현되지 않는 의사소통에 익숙하지 않으므로 직설적인 화법을 통해 의사를 표현한다. 

직장에서 팀내에 의사소통을 할 때에도 모두의 의견이 동일 하지 않을때라면 더더욱 이 것은 장점이 된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추측하기 보다는 모두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명확한 의사소통을 시도하게 된다. 이로 인해 모두의 이해가 동일한지 확인하기 위해 보통 시간이 더 소요될 지라도 , 각자가 함의한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명확하게 하는 의사소통을 통해서 한 팀 내의 의견이 동일한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일반적으로 자신의 생각과 달리 사회적인 기대에 맞춰 상황에 따라가는 대신 그는, 진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이 의도한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하는 것을 중요시한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걱정이 덜하기 때문에 기존의 관념과 맥락을 벗어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데 두려움이 없다.  

5. 비판적이지 않다. 

기존의 질서와 사회적 맥락에 대한 선입견이 없기 때문에, 그 선입견에서 벗어난 상황에 대해서도 크게 놀라거나 비판적이지 않다. 

극단적으로 포용적이다. 특히, 자폐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끼리는.

종종 사회적 위계에 기대 사람들을 대하지 않기 때문에 이것이 매우 강점이 될 수도 있고, 사회적으로 부적절하다고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기존의 사회적 맥락과 질서의 권위에 대한 인정이 없기에 가능한 일일 수도. 상황에 맞지 않는 복장과 발언등에 대해 기분나빠하지 않거나, 그 내용 자체만으로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는 것이 바로 그의 강점이다. 

6. 충성도가 높다. 

친구를 만들고  관계를 세우고, 시간을 내어 지내는 일이 쉽지 않다. 혼자 지내는 걸 더 좋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을 만나거나, 긍정적인 경험을 주는 관계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잘 대해주거나 좋은 관계를 갖게 된 어떤 단체나, 사람을 만난다면 정말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즉, 그런 커뮤니티가 또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 커뮤니티, 관계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 

그것은 또한 한 관계를 끝내는 것을 쉽게 하지 못한 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보통은 끝내버리는, 더이상 유지할 필요가 없는 부정적 관계나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는데 주저할 때도 있다. 

7. 매우 공감적이다. 

일반적으로 자폐적 성향을 가진사람들은 공감을 잘 못한 다고 알고 있으나, 관계가 있는 대상에 대해서는 매우 공감을 잘한다. 

자폐인으로서 유명한 템플 그란딘 박사는 사람들에게는 느끼지 못하는 공감을 소들에게 느낀다. 그래서 아스퍼거 증후군은 외계인 증후군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갑자기 우주에서 지구로 떨어진 이들이 지구인들의 언어와 상황을 배우며 공감을 배워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느끼는 상대방의 감정과 상대방이 사회적으로 내보이는 감정에 중에서 내가 느끼고 있는 상대방의 감정에 주목해서 대하기 때문에 혼란을 갖게 된다.

슬퍼보이는 상대가 사회적인 상황 때문에 행복해라고 말한다면, 보통의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슬퍼보이는 것을 눈감고, 행복해보이는 것에 반응해야하지만, 자폐적 성향을 가진 사람은 슬퍼보이는 것에 주목하고 사회적 맥락을 계산하여 행동하는 것이 복잡하여 그 상황에서 어떻게 대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혼란을 느끼게 된다.

반대로 사회에서는 자폐적 성향을 가진사람이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 

이 부분은 모두가 함께 배워나갸야 하는 부분이다. 

8. 극단적인 유연성 

아이러니하게도 자폐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매우 유연하다.  그는 상식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사회적 맥락에서 벗어나 생각을 하고 창의적인 사람이라면 사실 무엇이든 가능하다.  어떻게 해야한다는 기대에 부응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어떤 것을 하는데도 거리낌이 없다. 

9. 정의감 

그는 옳고 그른데 대한 확고한 기준이 있고, 그 기준에 맞지 않는 행동과 상황을 발견했을때 감정을 표출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때로 사람들은 그가 예의없다거나, 이상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보통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맥락에 맞는 행동이라는 잣대로 억눌려온 행동을 그것 없이 표현하는 것일뿐, 나쁘거나 미성숙한 것이 아닐 수 있다. 

모든 장점은 단점 그 안에 있고, 반대도 마찬가지다. 

당신은 단점을 볼 것인가? 장점을 볼것인가? 

선택은 우리에게 달려있다. 

출처 :  Youtube "Aspergers from the inside" , 9 positive autistic traits. 에서 편집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