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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7.21 어떤 시민사회운동가의 결말
posted by Dr.Arale 2020. 7. 21. 19:59

나는 작년까지 4년간 온라인으로 시민사회운동학을 공부했다. 학사도 땄다(당당)

그때까지만 해도 이명박근혜집권시기라 시민사회운동가 출신의 교수들은 매우 암울해 했다. 

페이퍼를 쓰면서 프랑스나 미국 시민들의 자부심에 대해 부러웠던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정치적 효능감, 시민의 권능감- 즉, 내가 정부에 요구하는 어떤 사안이 이루어졌을때 시민은 정치를 할맛이 나는데, 우리나라는 사실 촛불시위 전까지 계속 실패한 시위들만 했기 때문에 어떤 정치적 효능감, 자부심 같은게 별로 있을 수 없었다. 광주시민운동을 위시한 많은 굵직굵직한 시민사회 운동들에 대해 아직도 매도하는 세력이 매해 같은시기에 등장하고 말도안되는 그 논리들에 대꾸할 필요도 없는 주장들에 어떤 사람들은 동조하고 있는 모양새가 유지되는 것도 그때문이다. 

1980년대 6월항쟁 이후로 90년대 한국의 시민단체들은 2000대 초반까지 이전 민주화 운동을 위시하였던 많은 활동가들을 주축으로한 근대적인 시민단체를 세웠고 김영삼-김대중정권을 지나면서 꽤나 훌륭한 성과를 내었다. 그리고 일부 그런활동들로 인하여 시민단체들은 더 큰 꿈을 꾸고 미래를 계획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고, 커뮤니케이션의 방식이 바뀌면서 시민사회 운동이 일부 저조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공부하던 시기에는 그것에 대한 반성이 많았다. 

하지만, 그 시민사회 단체의 목소리가 정치권으로 이어져, 실제 정책의 실행자가 되는 쾌거를 이루는 사건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박원순시장의 당선이었다. 박원순 시장은 인권변호사였을 뿐 아니라 지금도 명실공히 건실한 사회시민 운동단체인 참여연대*의 창립멤버였다. 

*참여연대는 대한민국의 시민 단체이다. 1994년 9월 10일 ‘참여와 인권이 보장되는 민주사회 건설’을 목표로 창립되었다. '참여'는 국가권력의 남용과 재벌의 횡포, 그 밖의 모든 권리 침해를 용납하지 말고 시민 스스로의 힘으로 권리와 정의를 찾아 나서자는 뜻을 담고 있다.

실로, 그의 서울시정은 참여연대의 연장선상에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시민사회 운동가들은 그의 그런 행보가 어떤 정치적의미를 가지게 될 것인지 주목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래 꼰대중에서도 상꼰대가 진보꼰대라고 하지 않았던가. 나라구한다고 마누라 팔아먹던 놈들이 어디 한둘이던가, 자기마누라,새끼 버리고 대의를 위해 온몸을 던지던 그들 뒤에는 자금을 몰래대던 부인들이 있다는걸 역사에 어느누구도 말하지 않았듯이. 하다못해 몽골에게 처참히 패배하고 너 대신 팔려간 공녀가 돌아오면 사람취급안하고 "환향년"이라며 배척하던 사람들이, 어디갈까 싶다. 

심상정등을 비롯한 80년대 진보인사들은 운동하는 남자선배들 옥바라지나 하라고 했던 그 시절의 운동가들이었다. 아무리 훌륭한 여성도 그저 남성 인사들을 위한 보필자일 뿐이었으려나. 

그래서 이번 박원순 성추행 및 자살 사건은 큰 의미로 다가온다.

일단 90년대 시민사회 운동가들이 꿈꾸던 이상세계 건설을 위한 정치로의 진출은 망했다.

두번째 역시 진보꼰대가 젤 꼴값이라는걸 온몸으로 보여주었다. 

세번째 한국의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에는 좌우가 없다.

 

이렇게 생각하면 왜, 젊은 여성의원들은 그를 배척하고, 나이든 의원들은 그에게 동정표를 던지는지 이해가 된다. 

80-90년대 한솥밥 먹으며 고생한 동지가,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싶은 마음이야 이해를 못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당신들도 알고 있잖나. 그 동지들이 그동안 술자리에서 당신들을 어떻게 대해왔는지. 

 

그를 존경하거나, 정치적 노선에 동의하거나와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이 노력해서 쌓아온 40년간의 legacy를 이렇게 처참히 밟고 떠난 그는 정말 무책임하고 나쁜놈이다. 

남은 시청은 어쩌라고, 남은 참여연대는 어쩌라고, 남은 가족은 어쩌라고, 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