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파업'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20.08.27 흙수저 소아과 의사의 한탄
posted by Dr.Arale 2020. 8. 27. 16:21

전문의되고 한달만에 뇌졸중이 왔다.

비슷한 시기에 우리병원에 뇌졸중 온 전공의 샘들이 있었다. 박봉에 말도안되는 노동강도가 우리를 그렇게 내몰았다. 내 친구는 신생아과 전임의였는데 휴가받고 주말에 콜받아서 병원으로 오다가 교통사고가 나서 사망했다. 하지만, 우리중 어느누구도 산재는 받지 못했다.

소아과 원가 보전율이 70%라고 한다. 대학병원은 지역마다 신생아과에서 좋은 중환자실 센터를 만들고 싶어하지만, 모두 알고 있다. 신생아중환자실은 잘될수록 손해라는것을. 그럼에도 병원이 굴러가는 이유는 박봉 받으며 밤새고 애쓰는 전공의/전임의 선생님들 덕분이다.

나는 흙수저 출신이라 감히 대학병원에 남지 못했다. 그런 박봉과 시간을 쓰며 시간을 더 보내기엔 이미 졸업과 수련을 위해 사용한 사회적 비용과 실제적인 비용이 너무 많이 쌓였다. (빚이 있다는뜻)

초미숙아 학회에 간적이 있다. 주한미국인 자녀가 초미숙아로 출생해 삼성의료원에서 자랐고, 다행히 특별한 합병증 없이 잘 자랐다는 내용의 영상을 보았던 기억이 있다. 미국이라면 절대 그렇게 못했을 것이라는 내용과 함께.

그건 기술의 문제도 있겠지만, 절대적으로 병원비의 문제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젊은 의사들의 눈물과 땀이 아이들을 살린다. 그리고 그것은 수련이라는 미명하에 병원으로 흡수되고, 병원은 국민건강이라는 이름으로 심평원과 협의하며, 심평원은 건강 보험 공단의 제정 확보라는 이름으로 삭감을 감행한다.

매해 심평원이 병원에 지급하지 않는 돈은 어마어마하다. 심지어 어떤 해에는 돈을 더달라는게 아니라 미지급분이라도 내놓으라고 시위할때도 있다.

아니, 내돈 내가 달라는데 그것도 보전율 70%밖에 안되는데 그나마도 못받는거다.

이 서사는 우리나라에 너무 흔하다. 열정페이를 강요하고, 돈을 더달라고하면 사직시키고, 그나마 받아야할 퇴직금이나 기타 급여를 떼먹는다.

그리고는 젊은 사람이 너무 건방지다느니, 돈만 밝힌다느니..

일이 급하고 중요하면, 그 사람에게 그 만큼 대우를 해주면 된다.

지금 전공의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은것은 그때문이다.

여태 우리가 값싼 보험료로 좋은 의료 서비스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은, 누군가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고만좀 하자, 누군가를 갈아 넣어서 유지하는 시스템 , 우리나라에 그거 엄청 많잖아. 아프면 정당하게 쉬고, 내가 일한만큼 정당하게 받고, 할 말은 당당하게 하고. 그런 멋진 세상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인턴/레지던트 선생님들은 학생이 아니다. 그들은 사회가 흔히 말하는 인턴 - 물론 누구도 무급으로 일하면 안되지만, 흔히 교육을 핑계삼아 막일을 시키는, 아직 자격을 받기 전의 누군가-가 아니다. 그들은 정식 의학교육을 마치고 개인으로서 의술을 시행할 수 있다고 나라에서 인정받은 의사다.

그 사람이 교육을 목적으로 4-5년을 그렇게 혹사해도 되는것은 어떤때에도 정당하지 않다.

물불 가리지 않고 국민건강을 위해 애쓰는 의사들을 돈만 아는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은 구태의연한 태도다. 지금 의사들을 비난하는 분들은 부디 어떤 병도 안걸리셨으면 좋겠다. 지금 당장 필수적인 그 약을 건보에서 적용해주지 않아 고통 받는 수많은 국민들과 그것때문에 분노하는 의사들의 불행을 당신은 몰랐으면 좋겠다. 그래야 지금 막연한 불만에 대한 후회가 없으실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