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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3.29

posted by Dr.Arale 2019. 3. 29. 17:52

 

손이시여! 금손이시여! 조성진+손 검색사진.jpg

1. 손에 컴플렉스가 있다. 손가락이 길고 손이 큰데 전반적으로 살이 많이 붙어있어서(?) 그냥 크다. 넙대대하다고도 할수 있고

발도 그렇게 생겼다. 게다가 발등도 높아서 신발 사시는게 평생의 숙제 

게다가 내가 물려받은 유전자는 선천적으로 얼굴과 연결되는 목 말고는 손목과 발목은 그닥 얇지가 않다.

자기 컴플렉스를 극복하는게 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라서 그랬던지 

암튼 나는 손이 예쁜 사람을 좋아한다. 

남자건 여자건 

그리고 손 예쁜 남자랑 결혼 했다.

2. 피아노를 배웠다. 유치원 대신 피아노학원을 다녔으니 내가 피아노를 배운 기간은 약 12년정도 된것같다.

ㅇㅏ직도 첫날 배꼽에 피아노 열쇄구멍과 일직선으로 맞추고 손가락은 어디에서 시작해야하고 

손 모양은 어떻게 잡아야하는지 처음 배웠던 그날이 생생하다. 

아쉽게도 피아노를 잘 치진 못했지만, 

전공할것도 아니면서 고2까지 레슨을 받았다. 

3. 피아노 선생님은 중학교 이후부터 줄곧 한 선생님이셨다. 교회 장로님 따님이셨는데, 숙대를 나오셨나 그랬고 무척 통통하고 귀여운

분이셨다.  처음 음계 이론을 배우면서 엄청 많이 싸웠고, 나랑 1달 차이나는 언니(?)를 수제자로 엄청 예쁘해서 질투를 무지했던 기억이 있다

선생님이랑 학원에서 떡볶이 사먹는게 삶의 유일한 낙이었던 시절도 있었다. 

내가 꿈이라는걸 처음 갖기 전에 "선생님 여자도 선교사 될수 있어요?"라고 물어봤던 사람이기도 했다.

물론 선생님은 짜증섞인 목소리로 "그걸 내가 어떻게 아니"라고 대답하셨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그 선생님과 즐거운 시간이었다.

특히, 작품으로 넘어가면서부터는 참 즐거웠다. 지금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몇가지 곡들 , 베토벤 비창이나 모짜르트 피아노 소나타, 쇼팽 야상곡 같은 것들은 아주 재미있었다.

할렐루야를 반주버전으로 배웠었는데 그것도 참 재미있었다. 

하지만 피아노 레슨을 할때 가장 힘든 부분은 레슨중에 선생님이 내 몸을 잡고 흔드는것이었다. 

앞으로 밀었다 뒤로 밀었다 옆으로 밀었다가 했다. 

그건 피아노 연주자들이 흥에 겨워(?) 자연스럽게 하는 몸짓같은거였는데 

겨우 악보만 읽고 소리만내는 중딩이가 그런걸 따라가기엔 늘역부족이었다. 

그리고 선생님이 가끔 연주하실때보면 얼굴이 너무 못생겨지는것 아닌가? 

부자연스러운것을 싫어하는 사춘기소녀는 그런것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사실 난 반주자로 키워지는 중이었기 때문에 어쩔수 없었다. 

그렇게 고2때까지 레슨을 끝으로 클래식 피아노랑은 잠시 멀어졌다 

 

3. 사실은 국정농단 스토리였던 클래식 드라마 "밀회"의 첫회는 아주 강력했다. 

원래도 느끼하게 생겼던 유아인이 심지어 눈을 감고 피아노를 치는데, 피아노 연주를 보면서 섹시하다고 처음 느꼈다. 

아마도 이때는 아줌마가 된지 오랜시간이 흘러서 이지 않을까.

밀회 연주 장면은 돌이켜봐도 그렇고 1회때가 가장 강력크하고 제대로 인것같다. 이후부터는 둘의 연애사에 휘둘려 연주의 질도 그렇지만

내가 집중하지 못했던 것도 있다.

그렇게  "네 손을 위한 환상곡  F장조"를 만났다.

 https://www.youtube.com/watch?v=oDQXsxKVGd0

단연코 네손을 위한 환상곡 연주중 가장 섹시하고 못생긴 영상 

그리고 역동적이고 적극적이고 아름다운 연주라고 생각한다.

4. 손 이야기를 시작했으니 다시 손 이야기로 돌아간다. 

2015년 가을 서울 소아과 학회가는길에 "조성진 1등곡" 연주를 들었다. 

2호선 지하철 안에서 들은 조성진의 연주는 정말 "미친것"이었다.

사람마다 곡을 해석하는 방식이 다른데서 발생하는 아주 미묘한 차이가 곡 전체의 분위기를 바꾸었다.

임동혁은 내가 잘 모르지만 조성진은 정말 나에게 센세이셔널 그 자체였다.

손이 크고 길고 마르고 하얗고 크다.

 

2016년 한경 인터뷰 애를 왜이렇게 해놨니

손가락은 손목의 높이를 넘지않는다.  

이렇게 연주를 하면 보통 어깨로 연주를 하게되고 사람이 앞뒤로 움직일수밖에 없다.

그러면 사람이 연주를 하는동안에 춤을 추듯이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연주를 하면 손가락이 아픈경우는 거의 없다. 

 몸으로 건반을 밀면서 연주하기 때문에 소리가 끊기지 않는다. 듣는 사람은 물흐른다고 느낄수 있다. 

그래서 선생님이 내 몸을 그렇게 밀었나보다. 

비창 1악장 Grave. 선생님이 맨날 밀어제끼셔도 난 삑사리가 났다.jpg

피아노를 연주하는 동안 손가락보다는 아래 팔을 이용해서 연주하고 

결정적으로 얼굴로 연주한다.

연주하는동안 사람이 그렇게 못생겨질수가 없다. 

잘생긴 사람의 피아노칠때 못생겨지는 풍경.jpg

조성진과 피아노 칠때 핑거링이 가장 극명하게 차이가 나는 연주가는 (개인적으로) 손열음님이 아닌가 싶다. 

캄파넬라치는거 보는데 내가 팔이 다 아플지경..

피아노는 건반을 치는것만이 소리의 전부가 아니라 어떻게 굴리고 어떤 강약으로 치느냐에 따라 소리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연주자에 따라 소리도 많이 바뀌는게 사실이다.

그래서 그런지 손열음의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은 소리가 하나하나 찰떡같이 딱딱 붙는다. 엄청난 열정이 느껴진다고 할까.

5. 결론은 손예쁜 남자가 피아노도 잘치고 어깨도 넓으니 좋다는 것이 아니다. 

의사로서의 나는 이제 손을 심미의 관점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소아과 의사로서 뼈나이를 측정하다보면 본의아니게 아이들 손뼈를 많이 보게 되는데 

그 몽글몽글 아직 자라지 않은것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만들것인지 

남의 애 손 뼈사진을 놓고 혼자 흐뭇해서 귀엽다고 웃고 있다. (미친거아님)

모든 손은 예쁘다.

모든 사람은 예쁘다.

 

6. 포스팅 하다가 발견한 조성진 2018년 12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헬싱키에서 했다니!!! 

https://www.youtube.com/watch?v=aNMlq-hOIoc&t=1805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