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된다는 것은
이것도 벌써 꽤나 지난 일이다. 두번의 연휴가 지났으니..
30대 후반의 젊은 여성이다. Lt clavicle위에 림프절이 만져진다고 내원하였다. 한달전부터 팔이 저릿저릿하다가 급기야 어제 이렇게 림프절이 올라왔다고 한다. 젊은 여성은 매우 말랐다.그래서 아마도 림프절이 유독 더 눈에 띠었는지도 모르겠다.
Lt clavicel의 림프절은 일명 Virchow's node로 복강 내에서 이어지는 림프절이 모이는 곳이고, 그래서 식도나 위의 암이 전이되었을때도 나타날 수 있는 림프절이다. 만져보니 약 1-2cm 정도의 몽글몽글한 덩어리가 마른 그녀의 쇄골 안쪽으로 만져졌다.
그녀는 랩 원피스를 입고왔다. 쇄골뼈에서 가슴벽으로 이어지는 피부는 단단하지만 야윈 가슴의 뼈들을 거의 그대로 드러냈다. 보통 모유수유를 한 여성의 경우 유방이 처지면서 흔히 복장뼈가 있는 부위의 뼈가 드러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여성은 원래 마르기도 했고, 후에 말했지만 세 아이를 모두 수유로 키운 사람이라 그런지 더 상체가 마른 모습이 드러났다.
팔은 양쪽이 저리고 특히 밤에 잘때 전체적으로 저린데, 왼쪽이 더 저린다고 했다. 만져보니 양쪽 승모근과 목뒷쪽으로 근육이 많이 뭉쳐있었고 팔이 저린 모양과 함께 고려해보았을때 정형외고 진료를 보는것이 좋을 것 같아 정형외과 진료를 의뢰하였다.
그리고 기타 감기의 증상은 없으나, 가장 흔한것이 감염에 의한 반응성 림프절이니 항생제를 사용하고 CBC,ferritin,LDH 검사를 보냈다. 혹시라도 림프종과 같은 암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함이었다. 피검사를 하기위해 가장 최근 검사를 언제했느냐고 여쭤보았다. 마지막 출산때였다고 하신다. 이 가녀린 여성은 출산을 제외하고는 자신을 위한 검사를 한적이 한번도 없었다고 한다. 그러곤 방언 터지듯 나오는 그녀의 이야기들..
홀로 딸 둘을 키우신 어머니는, 딸들이 당신처럼 억세게 일하며 사는게 싫어 미대를 보내셨다고한다. 대학졸업할때까지 작품만 하던 큰딸은 선을 보아 곱디고운 외동아들과 결혼을 했다. 그리고 첫째 백일에 어머니는 암으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리곤 어떻게 사는지도 모르고 자녀만 키우고 살았다고, 난 지금도 내몸을 돌볼줄 모른다면서 처음만난 내앞에서 펑펑 운다.
정형외과에서 사진을 찍었다. 목뼈가 곧다. 이렇게 될때까지 어떻게 병원을 안갔느냐는 의사들의 질문에 그런줄 몰랐다고 한다. 아이키우느라 정신없고 사는게 빡빡했노라고.
2일후에 피검사 결과가 나와서 연락했다. 다행히 정상이었고, 항생제 마저 다드시고 한번더 오시라고 했다. 혹시 목은 어떠신지여쭤보니, 안하던 물리치료하고 몸살이나서 그게 더 무서웠다고 하신다.
그게 벌써 두달전 일인가.
그분은 다시 병원에 오지 않으신다.
아무리 고생하지 말라고 곱게 키워도, 결국 엄마가되면 나의 엄마처럼 그렇게 몰두하며 살게 되는 것을.
꽤나 씩씩해보였던 그 사투리의 환자분은 건강도 좋아지시고, 더 행복해지셨으면 좋겠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처럼